경영권분쟁에 관한 컨설팅
이 글의 목적 중의 하나가 사례와 관련 법률 및 등기선례, 그리고 일을 처리하는 요령을 보여 줌으로써 법무사들이 직접 해당 사건을 수임하고, 처리하는 것인데, 경영권분쟁에 접근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지 않았나 반성을 하게 된다.
이번 호에서는 전형적인 경영권분쟁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경영권분쟁 사건! 어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길 기대한다.
대한법무사협회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법무사]에 2022년 게재한 글입니다.
경영권분쟁에 관한 컨설팅(Ⅵ)
법무사 염춘필
경영권분쟁에 대한 컨설팅을 3회에 걸쳐서 연재를 했었다. 그 이후에 여러 법무사들이 이와 관련된 사건을 소개시켜 주었다. 이 글의 목적 중의 하나가 사례와 관련 법률 및 등기선례, 그리고 일을 처리하는 요령을 보여 줌으로써 법무사들이 직접 해당 사건을 수임하고, 처리하는 것인데, 경영권분쟁에 접근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지 않았나 반성을 하게 된다. 이번 호에서는 전형적인 경영권분쟁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경영권분쟁 사건! 어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길 기대한다.
내가 사는 용인시 시내에는 경안천이 흐른다. 용인에서 발원해서 경기도 광주를 거쳐서 한강으로 흐른다.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는데, 휴일이면 가끔 이곳을 달린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시원하게 소나기가 쏟아졌다. 그토록 지독한 봄 가뭄이 끝나려나. 뒤뜰에서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다가 다음 날 아침 9시에 잡힌 미팅이 생각났다. 얼마나 급했으면 월요일 출근 시간에 보자고 했을까?
1. 시행사의 경영권 분쟁 시작되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전장에 나가는 군인이 막사에서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듯. 9시가 되자 50대 중반 쯤 나이에 정장을 하고, 머리를 단정하게 넘긴 남자가 들어왔다. 명함을 주고받는 데 몇 개의 주식회사 상호가 나열되어 있고, 회장 L00으로 나와 있었다. 나는 긴장을 하면서 손님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본 후 인사를 했다.
‘조심해야겠는데.’
“안양에 본점을 두고 시행사업을 하는 회사입니다. 제가 대주주이자 대표이사였는데 경영권을 빼앗겼습니다. 안양에 있는 법무사와 상담을 하던 중, 본인이 이 일을 처리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서 염법무사를 소개해 주어서 찾아왔습니다.”
나는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주주명부와 정관을 건네받은 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자본금이 8억 원(1주의 금액 5천 원, 발행주식수 1십 6만 주)에 이사가 3인이군요. 대표이사와는 어떤 관계인가요?”
회장이 한숨을 쉰다. ‘연기력이 뛰어난 것일까?’
“조금 전에 드린 정관은 이 회사를 설립할 당시에 작성한 정관입니다. 발기인이 저 혼자로 되어 있습니다. 설립 당시 제가 이 회사의 주식을 100% 보유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되겠지요.” 그러면서 현재 주주명부를 보여 주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지금은 Y와 저 두 사람이 주주로 되어 있습니다. 내가 9만 6천 주 60%, Y가 6만 4천 주 40%를 가지고 있습니다. 등기부를 보면 아시겠지만, 내가 두 달 전 대표이사에서 사임하고 사내이사로 있다가 1주일 전에 사내이사 직에서 해임되었습니다. ” 나는 미동도 하지 않고 L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는 느낌으로.
L은 다시 한숨을 쉬면서 말을 이어 나가려 했다. 나는 말을 끊고 기습적으로 질문을 했다. “잠깐만요. 회사 재산 상태는 어떻게 되나요?”
“이 회사는 시행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이천 부발역 근처에 상가를 지으려고 토지를 매입해 두었습니다. 시가로 70억 원 정도 나갈 것 같습니다. ” 그러면서 말이 나온 김에 전후 사정을 다 설명하겠단다.
“건물을 지을 돈이 부족해서 PF(P roject Financing)를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인으로부터 Y를 소개받았습니다. 금융 쪽 전문가라고 했는데, 긴가민가 하면서도 회사 사정이 너무 급해서 만나 보았습니다. PF를 일으키기 전에 브릿지 론(Bridge Loan)이 필요하다면서, 본인이 잘 아는 기관을 통해 브릿지 론을 일으켜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여러 번 Y를 만났습니다.” 설명하는 것이 고통스러운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저축은행에서 브릿지 론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는 사람(M)과 Y 그리고 나(L) 셋이서 만났습니다. M은 브릿지 론을 할 때 채무자의 재무상태도 보지만 자기네들은 사람을 훨씬 중요하게 본다면서 Y는 그동안 여러 번 거래를 해 와서 신뢰할 수 있는데, 나는 신뢰할 수 없다면서 이런 상태에서는 대출을 일으키기 어렵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내가 다른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Y가 대주주 겸 대표이사로 되어 있으면 M이 책임지고 회사가 원하는 브릿지 론을 일으켜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요구하는 데로 해 주셨나요?”
“당연히 거부했지요! 뭐, 회사를 그냥 달라는 말과 다를 게 없지 않나요?” L은 여기저기 론을 알아보았는데, 마땅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다시 Y가 찾아와서 새로운 제안을 했다. 형식상 저축은행에 제출하는 주주명부에 Y가 67%, L이 33%의 주식을 가진 것으로 하고, Y를 대표이사로 선임해 주면, Y의 주식은 전부 L 것이라는 확인서를 써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회사가 보관하고 있는 주주명부에는 L이 회사 주식을 전부 가진 것으로 해 놓자고 하는데 듣고 보니 그럴 듯 했다. 주변에 알아보니 그런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말도 들었다.
그래서 Y의 요구를 들어 주기로 했는데, 다시 Y가 찾아와서 브릿지 론을 일으켜 주면 자기는 어떤 이득이 있느냐면서 주식 40%를 자기에게 넘기라고 했다. 우선 주식양수도에 대한 계약금만 주고, 론이 일어나는 시기에 잔금을 지급하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Y의 요구를 들어 주었다. L은 한 번 발을 담그니 빠져나올 수 없었다는 말을 하면서 자책을 하는데, 나는 아직도 L의 말을 믿지 않았다.
“경영권분쟁이 발생하면 양쪽 모두 그럴듯한 이유가 있습니다. 언듯 제3자가 판단하기 어렵지요. 그런데 어떻게 사내이사직에서도 해임되었나요?”
“Y가 대표이사직에 있는 것을 이용해서 회사가 보관하고 있는 주주명부상의 주주를 Y 단독주주로 만들었습니다. 주주명부에 법인인감도장만 날인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자본금이 8억 원이므로 상법상 소기업 특례에 따라 주주총회 소집절차 없이 주주총회를 개최해서 저를 비롯해서 제 딸(딸이 이사였음)을 이사직에서 해임하고, Y쪽 사람 2명을 신규이사로 선임했습니다. 그래서 평소 거래 관계에 있던 법무사를 찾아가서 원상회복을 시킬 방법을 알아보았는데, 염법무사를 소개시켜 준 것입니다.”
2. 욕을 먹어가면서 정상적인 방법을 권하다
L의 말을 다 듣고 나서야 그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 5년 전 쯤 시행사의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 비슷한 일을 경험했었다. 스토리도 대략 그와 같았다.
60 : 40으로 된 주주명부를 살펴보았다. L이 사용하던 법인인감이 날인되어 있었고, L의 법인인감증명서가 있었다. 정관을 달라고 해서 살펴보니 ‘이사의 수는 3인 이상이고, 감사는 둘 수 있다. 대표이사는 이사회에서 선임하고, 이사회는 대표이사가 소집하고, 소집권자가 의장이 된다고 나와 있었다. 주주총회의 의장 또한 대표이사로 되어 있었다.
“이미 검토하셨겠지만 우리 쪽에서 60%의 주식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사를 해임할 수 없고 선임만 가능합니다. 현재 이사의 수가 3인이고, 모두 상대방 편입니다. 우리가 경영권을 찾아오려면 이사를 4인 이상 선임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우리 쪽 대표이사를 선임할 수 있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L이 항의를 하듯이 말했다.
“상대방은 없는 주주명부도 만들어서 나를 해임했습니다. 염법무사도 이제 전체적인 윤곽을 파악했겠지만, 내가 Y와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한 것도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이므로 이를 취소할 수 있지 않나요? 그렇게 되면 내가 100% 주주이니 상대방이 한 것처럼 주주총회소집절차없이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현 이사 전부를 해임하고,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면 되지 않습니까?” 있을 법한 항의였다. 상대방은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고 있는데, 우리는 현 상황을 인정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자니 열받을 만하지 않을까?
“내가 서두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회사 명의로 토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Y와 그 일당이 이 토지를 매도하거나, 근저당을 설정하면 회사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보게 됩니다.”
나는 L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제가 회장님의 입장이라도 서둘러서 Y를 해임하고, 경영권을 찾아 오고 싶은 생각일 것입니다.” 그러면서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의 소재지를 물어보았다. 부동산등기사항 전부증명서를 발급받아서 확인해 보니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신탁되어 있었다.
“다행히도 부동산이 신탁회사에 신탁되어 있습니다. 신탁계약을 해지하지 않는 한, 이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하거나 근저당을 설정할 수 없습니다.” L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살짝 괘씸해졌지만, 어쨌든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고 싶어하는 간절함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갔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설명을 했다.
“신탁을 말소해야 부동산의 매각이나 근저당 설정이 가능합니다. 신탁을 말소하기 위해서는 우선수익자의 채권을 변제해야 하는데 Y가 이 돈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당분간 Y가 이 부동산을 처분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세 가지 방향에서 정리해 들어가야 합니다. 첫째 기존에 개최된 주주총회를 무효화 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1)임시주주총회 무효소송을 제기합니다. 임시주주총회가 무효로 판결이 나서 확정이 되면 해임된 이사들은 원상회복되고, 선임된 이사들은 말소됩니다.
2)공전자기록부실기재죄로 형사 고발을 합니다. 형사 고발을 해 놓아야 상대방들이 조심합니다. 둘째 양도한 주식을 찾아 오는 것입니다.
1)먼저 Y에게 주식의 매매계약이 사기에 따른 의사표시이므로 이를 취소한다는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는 것입니다. 회사에는 주식양도를 취소했으므로 주주명부상의 주주명을 L로 바꾸어 달라는 내용증명 우편을 보냅니다. 물론 Y가 대표이사로 있는 한 회사가 응하지 않겠지요. 문제는 Y가 제3자에게 주식을 양도하면 권리관계가 복잡해 집니다. 제3의 매수인이 선의로 주식을 취득했다면 우리가 매매계약을 취소한다 하더라도 제3의 매수인에게 대항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먼저 Y를 상대로 법원에 해당 주식의 처분금지 가처분을 신청해서 그 결정을 받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처분금지 가처분 결정 후에 Y가 주식을 매각해도 제3의 매수인이 이를 취득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셋째 이게 가장 중요한데요. 경영권을 찾아 오는 것입니다.
1)주주총회 결의무효소송이 확정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2)지분이 60 : 40의 구조이므로 현 이사들을 해임시킬 수도 없습니다. 3)법원의 허가를 얻어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여 우리 쪽 이사 4인을 선임합니다. 4)이사회를 개최하여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우리 쪽 대표이사를 선임합니다.” 각각의 논점을 정하고, 논점별 실행 방법을 요약하여 설명하였다.
설명을 들은 후 L은 이번에 선임된 이사들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이번에 선임된 이사와 대표이사의 직무를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행자를 선임해 달라는 신청도 물론 가능합니다. 특히 선임된 대표이사와 이사가 회사의 재산을 처분할 가능성이 있을 경우 신속하게 가처분을 신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L은 가처분을 신청할 것인지 신중하게 고민하겠다면서 본인이 주식을 100% 보유한 것으로 볼 수 없는지 다시 물었다. 아무래도 여러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린 것 같았다.
“회장님. 주식양수도계약서에 계약금을 받음과 동시에 주식을 양도하고, 주주명부상의 주주명을 바꾸어 주겠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잔금 지급일자도 브릿지 론이 일어나는 날로 해 놓아서 계약을 취소하고 명의를 바꾸어 놓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서로 주장이 다를 수 있구요.” 아차 싶었다. L은 얼굴이 붉게 상기되면서 “좋습니다. 그러면 앞에서 설명해 준 실행 방법을 법무사가 전부 처리할 수 있는지, 아니면 변호사와 같이 협업해야 하는지 알려 주세요.”
“임시주주총회 무효소송과 공전자기록부실기재죄에 대한 고발, 그리고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신청과 직무대행자신청에 대해서는 변호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해 드릴 수도 있지만, 주식양수도계약을 취소하고, 주식을 반환받는 소송도 변호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3.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 신청을 하다
“그러면 법무사는 어떤 일을 해 주나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는 절차와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선임하는 이사회 소집절차, 그리고 이와 관련한 등기를 진행해 드립니다.” 그러면서 상법 관련 조항을 설명했다.
“상법 366조는 소수주주에 의한 주주총회소집절차를 정해 놓았습니다.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회의의 목적사항과 소집의 이유를 적은 서면 또는 전자문서를 이사회에 제출하여 임시총회의 소집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청구가 있은 후 지체 없이 이사회가 주주총회소집의 절차를 밟지 아니한 때에는 청구한 주주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총회를 소집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주주총회의 의장은 법원이 이해관계인의 청구나 직권으로 선임할 수 있습니다.”
“특별하게 어려운 점은 없어 보이는군요. 아까 설명해 준 바와 같이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 4인을 선임하면 되니, 회의의 목적사항은 이사 4인 선임의 건이면 될 것 같고, 소집 이유야 대주주의 경영권 회복이면 충분하겠네요.”
L은 여러 가지 설명을 잘 들었고, 충분히 이해를 했으므로, 앞으로는 법무사가 알아서 하라는 투였다.
“그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여러 정황을 살펴보았을 때, Y는 이런 일을 여러 번 경험한 전문가라는 생각이….” 채 끝내기도 전에 L이 말했다.
“같은 생각입니다. 전문적인 기업 사냥꾼이 아닐까 의심하고 있습니다. 임시주주총회소집요청을 하면 Y쪽에서는 어떻게 나올까요?”
“물론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해 주지 않겠지요. 우리가 법원에 임시주주총회소집허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도 알겠지요. 1)신주를 발행해서 상대방이 과반수의 주식을 확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다른 주주에게는 신주발행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자기들만 증자에 참여하지요. 그렇게 되면 우리 쪽에서는 법원에 신주발행 무효소송을 제기하고,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을 신청해서 새로 발행된 주식의 의결권을 무효화시킵니다.
2)임시주주총회소집허가 신청을 할 때 의안을 명시합니다. 예를 들어서 ‘사내이사 4인 선임의 건’으로 했는데, Y 쪽에서 이사 2인을 추가로 선임한 후 그 등기를 합니다. 물론 앞에서 한 바와 같이 자기들이 주식 100%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그렇게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등기부상으로는 상대방 주주가 5명이므로, 우리가 4인을 선임하더라도, 이사의 수가 상대방이 더 많게 됩니다. 이사회를 열어서 대표이사를 해임하거나 선임할 수 없게 되지요.
3)법원의 허가를 얻어 개최한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의 방법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상법 제382조의2에 의하면 ‘2인 이상의 이사의 선임을 목적으로 하는 총회의 소집이 있는 때에는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사에 대하여 집중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집중투표제를 채택하면 4인 중에서 최소 1인을 상대방이 선임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상대방 이사의 수가 4명, 우리가 3명이 되므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아까 정관을 살펴보았는데, 다행이도 이사를 선임할 때 집중투표제를 채택하지 아니한다고 되어있습니다. 이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4)상대방이 주주총회 현장을 봉쇄해서 주주총회 자체를 무산시키는 것입니다. 법원의 허가를 얻어서 개최되는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이런 예는 거의 없습니다. 만약 상대방이 그렇게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 법원에 검사인 선임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검사인을 선임해서 주주총회가 정상적으로 개최되는지 감독하므로, 검사인이 선임된 경우 물리적인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는 없습니다.”
L은 먼저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면서,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면서 대응을 하자고 했다. 마음이 편해졌다. L이 돌아간 후 임시주주총회소집을 요청하는 문서를 작성해서 L에게 보냈다. 사내이사 4인 선임의 건을 목적사항으로, 경영권 회복을 소집이유로, 그리고 내용증명우편 발송 후 3일 이내에 주주총회소집을 해 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임시주주총회 소집 요청서의 수령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으므로 회사와 대표이사 집 주소지로 내용증명 우편을 각각 발송하라고 요청해 놓았다.
며칠 후 L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예상한 바와 같이 주주총회소집통지서를 받지 못했다. 이제 법원에 임시주주총회소집신청서를 제출하는 일만 남았다. L이 사무실을 방문했다. L이 내용증명 우편 사본을 주면서 말했다.
“임시주주총회소집허가신청을 제출하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한 달 정도 지나면 법원에서 신청권자와 대표이사를 심문하기 위하여 기일을 잡아 통지를 해 줍니다. 이때 출석해서 주주총회가 소집될 필요성에 대해서 요약해서 설명하면 됩니다.”
“지난번 임시주주총회에서 Y가 주식을 100% 가지고 있는 것처럼 서류를 작성해서 주주총회를 했었는데, 이번에도 본인들이 주식 전부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신청서에 지난번 주주총회의사록 사본도 첨부할 생각입니다. 지난번 주주총회가 왜 무효인지도 조목조목 설명하구요. 주식양수도계약서도 첨부하고, 회장님이 대표로 있을 때 작성한 최종 주주명부(L이 60%, Y가 40%)도 첨부합니다. 주식양수도계약을 취소한다는 내용증명우편도 첨부합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물었다.
“저쪽에서 주식 취득과 관련한 다른 증빙을 제출할 가능성은 없지요?”
“그럼요. 그것만은 보증할 수 있습니다.”
“아 참, 미리 말씀드릴 것이 있었는데 잊어버릴 뻔했습니다. 임시주주총회 소집허가 결정이 나와도 쟁점이 하나 남습니다. 현재 대표이사의 법인인감이 날인된 주주명부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주주총회의사록을 공증받아야 하는데 일반적으로는 공증사무실에서 현 대표이사의 법인인감이 날인된 주주명부를 달라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곤란해 질 수 있습니다.”
“그걸 이제 말해주면 어떻게 합니까?” 당연히 있을 법한 항의였다.
“임시주주총회소집허가 결정을 하는 법원에서 신청인이 주주인지, 주주일 경우 가지고 있는 주식수는 몇 주인지를 조사해서 결정문에 기재해 주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렇게 기재될 경우에는 공증 사무실에서도 크게 문제 삼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미리 말을 해 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지금이라도 알려 드리는 것입니다.”
4.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다
L이 심문기일에 출석했으나, 특별한 쟁점이 없었다. 평온하게 진행되는 듯이 보였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심문기일 다음 날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보니 ‘사건처리중’으로 나왔다. ‘이게 무슨 일이지? 혹시 신주발행등기를 했나?’ 다음 날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발급받아보니 예상했던 데로 발행주식총수가 4만 주(2억 원) 증가가 되었다.
“회장님, 이놈들이 신주를 4만 주 발행했네요. 그렇게 되면 자본금이 10억원(발행주식수 2십만 주)이고 우리가 96,000주, Y가 104,000주가 됩니다. 일이 복잡해 졌습니다.” 미리 말은 해 두었었지만, L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화가 나는 것인지, 짜증이 나는 것인지,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본인을 원망하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약간은 더듬는 듯 쉰 목소리로 L이 말했다.
“어떻게 … 하면 ‥ 되나요?”
“주주총회 무효소송을 담당하는 변호사와 상의해서, 신주발행 무효소송과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을 신속하게 신청해야 합니다. 오로지 경영권을 방어할 목적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 신주발행 무효소송의 대상이 되므로 승소하는 것은 어려움이 없습니다.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도 결정을 받는 것에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우리가 주주총회를 개최하기 전에 그 결정이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 발행된 주식의 의결권을 무효화 시킬 수 있습니다.” 서두르기로 했다.
2개월이 지난 후 임시주주총회 소집신청을 허가하는 결정문이 나왔다. 신청서에 L을 의장으로 선임해 달라고 기재하는 것을 깜빡 잊어버렸는데, 친절한 판사님! 직권으로 L을 임시주주총회의 의장으로 선임해 주었다. 결정문에 L이 최소 60%의 주식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도 나와 있었다.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은 다 해결된 셈이다. 그런데 아직 가처분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 주주총회 소집절차를 L과 상의했다.
“회장님 명의로 주주총회소집통지를 해 주시면 됩니다. 소집통지서는 제가 작성해 드릴께요. 자본금 10억 원 이므로 주주총회일 14일 전 소집통지를 해야 합니다. 가처분 결정은 언제쯤 나올까요?”
“1주 후 정도면 가처분 결정문을 받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그러면 지금 소집통지를 해도 문제가 되지 않겠군요. 소집통지서는 제가 작성해서 드리겠습니다. 소집장소는 어디가 좋을까요?”
“본점은 거의 폐쇄되어있는 상태라 회의를 하기에 적당하지 않습니다.”
“주주총회 무효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법인 회의실에서 하면 어떨까요? 법무법인에서 주총을 하는 경우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 사례가 없습니다.” L도 찬성하였다. 공증사무실에 미리 관련 사건의 내용을 설명하고, 관련 자료를 보내주었다. 임시주주총회허가 결정문을 살펴보고 출석 공증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제 주주총회만 진행하면 큰 강을 하나 건너는 셈이다.
L에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Y가 이사의 수를 추가하는 등기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주주총회 일까지 매일 새로운 등기를 신청했는지 확인을 했으나 주주총회 일까지 쟁점이 될 만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결정도 나왔으므로 임시주주총회는 걱정할 것이 없었다. 공증인 변호사가 출석하였고, 가처분 결정 때문인지 Y는 주주총회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L이 단독으로 출석하여 진행한 주주총회의사록을 작성했다. 분쟁이 있는 주주총회의사록을 작성할 때 두 가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의사록만 살펴보아도 등기관이 전체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상법에 터잡아 소수주주가 회사에 임시주총회 소집을 요청한 사실, 회사가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지 않은 점, 법원에 임시주주총회소집허가신청을 했고 그 결정에 따라 임시주주총회가 개최된 사실을 기재한다.
회의장에서 특이한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이를 기재해 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해 줄수록 신청인(법무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다. 그래서 법무사가 반드시 회의장에 출석해서 기록하고 의사록을 작성할 필요가 있다. 둘째, 분쟁이 있는 주주총회나 이사회의 의사록은 관련 소송의 증거가 된다는 점을 잊어 서는 안된다. 주총장이나 이사회의장에서 논란이 벌어질 경우 우리 쪽 주장뿐만 아니라 상대방 주장도 스캐치 하듯이 기록해 주는 것이 읽는 사람의 신뢰도를 높인다. 다만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것을 강조할 것인지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이사회를 개최해서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다
임시주주총회가 끝나고 현장에서 이사회를 어떻게 소집할 것인지 논의를 했다. L은 오늘 선임된 이사만으로 이사회를 개최하자고 주장했으나, 법에 따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를 개최할 경우에는 등기도 어렵고, 소송도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득했다.
“상법 390조 2항에 따르면 소집권자로 지정되지 않은 다른 이사는 소집권자인 이사에게 이사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소집권자인 이사가 정당한 이유없이 이사회 소집을 거절하는 경우에는 다른 이사가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습니다.”
“주주총회 소집절차도 법무사가 잘 진행해 주었으므로, 이사회 소집절차도 진행해 주실 거죠? 저는 발송만 하면 되겠죠?”
“그렇게 하겠습니다. 먼저 새로 선임된 이사가 연명으로 회사의 대표이사인 Y에게 이사회를 소집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소집요청서에는 이사회 안건을 기재합니다. 소집요청서를 내용증명우편으로 발송합니다. 증거를 남겨 놓기 위해서입니다. 문자로도 보내며, 이메일 주소를 알고 있으면 이메일로도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3일 기간을 주고 이때까지 대표이사가 이사회소 집통지를 하지 않으면 이사회 소집을 거부한 것으로 보고 직접 이사회소 집통지를 하겠다는 문구도 기재합니다. 이날까지 Y가 이사회를 소집하지 않을 경우 소집을 요청한 이사들이 직접 이사회 소집통지를 할 수 있습니다.” L이 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Y쪽에서 선임한 이사 두 명에 대해서는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등 일체의 연락처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 쪽에서 소집통지를 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건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Y에게 이사회 소집요청을 하면서 이사들의 연락처를 알려 줄 것을 기재해 놓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Y가 이사들의 연락처를 알려 주지 않으면 달리 방법이 없으므로 이들에게 보낼 이사회 소집통지서를 회사로 보냅니다.”
정관 규정에 따라 이사회 소집권자가 이사회 의장이 되므로, L이 의장이 되어 이사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소집장소는 주주총회와 마찬가지로 법무법인의 회의실로 정했다. 예상대로 Y는 이사회 소집을 통지하지 않았고, 선임된 이사들의 연명으로 이사회소집을 통지했다. 회의 당일 이사회 의사록을 작성하기 위해 이사회 장소에 갔으나, 개회 시간까지 Y와 그쪽 이사들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사회를 마치고 등기와 관련된 서류를 받아서 사무실에 돌아와 바로 대표이사 해임과 선임 등기를 신청했다. 분쟁과 관련한 등기는 교합까지 시간이 걸리는 편인데, 다음 날 바로 등기가 완료되었다. L에게 등기가 끝났다고 연락을 하자 정말 고맙다고 몇 번이나 감사의 인사를 했다.
봄에는 가뭄으로 고생을 했는데, 지금은 장맛비가 창문을 때린다. 폭풍이 지나가고 나면 푸른 하늘이 손짓을 하겠지. 저 비가 그치고 나면 L에게도 햇살이 비치겠지.
염춘필 법무사
5. 3% 주주가 회사가 소집을 지체하면 법원 허가로 임시총회를 소집할 수 있나요?
세 조문이 축이 됩니다 —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을 가진 주주는 이사회에 임시총회의 소집을 청구할 수 있고, 회사가 지체 없이 소집 절차를 밟지 아니하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총회를 소집할 수 있으며 이때 의장은 법원이 선임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366조). 2인 이상의 이사 선임을 목적으로 하는 총회에서는 100분의 3 이상 주주가 정관에서 달리 정하지 않는 한 집중투표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382조의2). 소집권자로 지정되지 않은 이사는 소집권자인 이사에게 이사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고,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되면 직접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습니다(상법 제390조 제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