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보전가처분을 받은 이사가 참여한 이사회결의와 대표이사 변경등기의 수리 가능성
― 등기사항 법정주의와 등기관의 형식적 심사권을 중심으로 ―
법무사 염 춘 필 (한길합동법무사사무소)
이사 선임의 효력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에서는 이사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하는 가처분(이하 “지위보전가처분”)을 받은 자들이 이사회를 열어 대표이사를 해임·선임하고, 그 가처분 결정문과 이사회의사록을 첨부하여 대표이사 변경등기를 신청하는 경우가 있다. 이 글은 이러한 등기신청을 등기관이 수리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 지위보전가처분은 이를 등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령의 근거가 없어 등기사항이 아니고(상업등기선례 제2-88호), 등기관은 등기부와 신청서 및 법령이 요구하는 첨부서류만으로 심사하는 형식적 심사권을 가질 뿐이다(대법원 2008.
12. 15.자 2007마1154 결정). 대표이사 해임·선임 등기에서 법령이 요구하는 첨부정보는 이사회의사록이므로 가처분 결정문은 심사의 자료가 될 수 없고, 등기부상 이사 수와 의사록상 이사 수가 어긋나는 이상 그 신청은 상업등기법 제26조 제9호에 따라 각하되어야 한다. 가처분 결정문을 심사 대상에 포함하더라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주제어 : 지위보전가처분,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 등기사항 법정주의, 형식적 심사권, 대표이사 변경등기, 상업등기법 제26조
Ⅰ. 서론
주식회사의 경영권 분쟁은 대개 이사 선임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형태로 나타난다. 분쟁 당사자는 본안판결에 앞서 법원에 보전처분을 신청하는데, 상대방 이사의 직무집행정지와 직무대행자선임을 구하는 가처분이 전형적이지만, 반대로 자신이 이사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하여 달라는 가처분을 구하기도 한다.
문제는 후자의 가처분을 받은 자들이 이 가처분을 근거로 이사회를 개최하고 대표이사를 해임·선임한 뒤, 그 결정문과 이사회의사록을 첨부하여 대표이사 변경등기를 신청하는 경우이다. 필자가 검토한 사안에서 회사의 등기부상 이사는 3인이었으나, 가처분 결정을 받은 자들을 포함한 이사회의사록상 이사 총수는 6인이었다. 이 글은 이러한 등기신청의 수리 가능성을, 지위보전가처분의 등기적격, 등기관의 심사권의 범위, 첨부정보와 등기기록의 불일치라는 세 측면에서 차례로 검토한다.
Ⅱ.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과 상업등기
1. 직무집행정지·직무대행자선임 가처분
상법은 이사 선임결의의 무효나 취소 또는 이사해임의 소가 제기된 경우 법원이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가처분으로써 이사의 직무집행을 정지할 수 있고 직무대행자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며, 이 가처분과 그 변경·취소를 본점과 지점 소재지에서 등기하도록 정하고 있다.1) 합명회사·유한회사·청산인 등에 관하여도 같은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이들 가처분은 법률이 등기사항으로 정하였으므로 등기부에 공시되고, 그 공시를 통하여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효력을 주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2. 지위보전가처분의 성질
지위보전가처분은 민사집행법상 다툼이 있는 권리관계에 대하여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의 한 유형이다.2) 그 내용은 “본안판결 확정 시까지 신청인이 피신청인 회사의 이사(대표이사)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는 식으로 표현된다. 이는 신청인과 피신청인 사이의 법률관계를 잠정적으로 형성하는 재판이지만, 상법이나 상업등기법 어디에도 이를 등기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지위보전가처분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가처분 절차의 당사자 사이에서 발생한다. 회사를 피신청인으로 한 경우 회사는 신청인을 이사로 대우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지만, 그 효력이 등기부를 통하여 공시되지는 않는다. 이 점에서 법률이 등기를 요구하여 공시와 대외적 효력을 확보하는 직무집행정지·직무대행자선임 가처분과 본질적으로 구별된다. 양자의 차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구분
직무집행정지·직무대행자선임 가처분
지위보전가처분
근거
상법 제407조 등 개별 규정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일반 규정)
내용
기존 이사의 직무집행 정지, 대행자 선임
신청인이 이사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함
등기 여부
등기사항(본점·지점 소재지)
등기할 수 없음(상업등기선례 제2-88호)
등기심사 반영
등기기록에 공시되어 심사의 기초가 됨
등기기록에 나타나지 않음
3. 등기사항 법정주의와 등기선례
상업등기는 법령이 등기하도록 정한 사항에 한하여 할 수 있다(등기사항 법정주의). 등기할 사항이 아닌 사건의 신청은 각하 사유가 되며, 잘못 등기된 경우에는 직권말소의 대상이 된다. 대법원 등기선례도 같은 입장이다.
[상업등기선례 제2-88호(2006. 6. 13. 공탁상업등기과-547 질의회답)]
1. 이사 등의 직무집행정지 또는 직무대행자선임의 가처분(상법 제183조의2, 제265조, 제407조, 제415조, 제542조 제2항, 제567조, 제570조, 제613조 제2항, 민법 제52조의2 등)과 달리, ‘신청인의 피신청인을 상대로 한 이사회결의무효확인등청구사건의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신청인은 피신청인의 공동대표이사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는 내용의 가처분은 그것을 등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령의 규정이 없으므로 등기할 수 없다.
2. 지위보전가처분은 등기할 사항이 아니므로, 등기되었더라도 일정한 절차를 거쳐 등기관에 의해 직권으로 말소되어야 한다.
이 선례가 근거로 든 구 비송사건절차법의 상업등기 규정은 2014. 11. 21. 상업등기법 시행으로 상업등기법에 편입되었으나,3) 등기사항 법정주의와 그에 따른 결론은 현행법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지위보전가처분을 받은 자는 그 가처분만으로는 등기부에 이사로 기재될 수 없다.
Ⅲ. 등기관의 심사권의 범위
1. 형식적 심사주의
등기관은 등기신청이 실체법상의 권리관계와 일치하는지를 심사할 권한이 없고, 신청서와 그 첨부서류 및 등기부에 의하여 등기요건에 합당한지를 심사할 형식적 심사권한만을 가진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이다.4) 대법원은 나아가 등기관이 등기할 사항에 무효 또는 취소의 원인이 있는지를 심사하는 경우에도 그 심사방법을 엄격히 제한하였다.
[대법원 2008. 12. 15.자 2007마1154 결정[등기관처분에대한이의]
등기관이 법 제159조 제10호에 의하여 등기할 사항에 관하여 무효 또는 취소의 원인이 있는지 여부를 심사할 권한이 있다고 하여도 그 심사방법에 있어서는 등기부 및 신청서와 법령에서 그 등기의 신청에 관하여 요구하는 각종 첨부서류만에 의하여 그 가운데 나타난 사실관계를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 밖에 다른 서면의 제출을 받거나 그 외의 방법에 의해 사실관계의 진부를 조사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이 판시에 따르면 심사의 자료는
① 등기부,
② 신청서,
③ 법령이 그 등기의 신청에 관하여 요구하는 첨부서류의 세 가지로 한정된다. 법령상 요구되지 않는 서면은 신청인이 임의로 첨부하더라도 사실관계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이처럼 심사 자료를 제한하는 것은 상업등기가 대량·신속하게 처리되어야 하고, 등기관이 당사자 사이의 실체적 분쟁을 판단할 지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등기관의 처분에 불복하는 당사자는 등기관의 처분에 대한 이의 절차를 통하여 다툴 수 있을 뿐이고, 등기관에게 실체관계를 조사하여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2. 양립할 수 없는 등기신청의 처리
같은 결정은 동일한 등기사항에 관하여 양립할 수 없는 신청이 순차로 접수된 경우, 먼저 접수된 신청에 각하 사유가 없으면 그에 따라 등기를 실행하고 나중에 접수된 신청은 “사건이 그 등기소에 이미 등기되어 있는 때”에 해당하여 각하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경영권 분쟁 중 양측이 서로 다른 대표이사 변경등기를 신청하는 경우 접수 순서가 결정적 의미를 갖게 되는 이유이다.
3. 대표이사 변경등기의 첨부정보
이사가 3인 이상인 주식회사에서 대표이사는 정관에 주주총회에서 선정한다는 규정이 없는 한 이사회의 결의로 선정하며,5) 해임도 이사회의 결의로 한다. 상업등기규칙은 이사회의 결의를 필요로 하는 등기를 신청하는 경우 그 의사록을 제공하도록 정하고 있다.
[ 상업등기규칙 제128조(첨부정보에 관한 통칙)]
① 정관의 규정, 법원의 허가, 총주주 또는 어느 주주나 이사의 동의가 없으면 효력이 없거나 취소할 수 있는 사항의 등기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정관, 법원의 허가가 있음을 증명하는 정보, 총주주 또는 그 주주나 이사의 동의가 있음을 증명하는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② 주주총회, 종류주주총회, 이사회 또는 청산인회의 결의를 필요로 하는 등기를 신청하는 경우에는 그 의사록을 제공하여야 한다.
결국 대표이사 해임·선임 등기에서 법령이 요구하는 첨부정보는 이사회의사록이고, 지위보전가처분 결정문은 법령이 요구하는 첨부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
Ⅳ. 사안의 검토
1. 가처분 결정문의 심사 자료 적격
앞서 본 판례에 따르면 등기관은 법령이 요구하지 않는 가처분 결정문을 근거로 가처분 채권자들의 이사 지위를 인정하는 사실조사를 할 수 없다. 등기관이 심사할 수 있는 것은 등기부에 이사로 기재된 3인과, 이사회의사록에 이사로 기재된 6인이라는 두 사실뿐이다.
2. 첨부정보와 등기기록의 불일치
상업등기법은 신청정보와 첨부정보 및 이와 관련된 등기기록의 각 내용이 일치하지 아니한 경우를 각하 사유로 정하고 있다.6) 사안의 이사회의사록은 이사 총수를 6인으로 기재하고 있으나 등기기록상 이사는 3인이므로, 첨부정보와 등기기록이 일치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 불일치는 보정으로 해소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의사록의 이사 수를 등기부에 맞추면 결의의 성립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3. 가처분 결정문을 심사 대상에 포함하는 경우
설령 가처분 결정문을 심사의 자료로 삼는다고 가정하더라도 결론은 같다. 지위보전가처분은 등기할 사항이 아니어서 등기기록에 반영될 수 없으므로, 등기부상 이사 3인과 의사록상 이사 6인의 불일치는 그대로 남는다. 등기관이 등기기록에 없는 이사의 지위를 전제로 한 결의를 근거로 대표이사 변경등기를 실행한다면, 등기되지 않는 가처분에 사실상 등기와 같은 효력을 부여하는 결과가 되어 등기사항 법정주의와도 충돌한다.
4. 등기부상 이사만으로 결의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한편 등기부상 이사 3인 중 과반수가 출석하여 출석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대표이사 해임·선임을 결의한 사정이 의사록 자체로 드러나는 경우에는 사정이 다를 수 있다. 이때에는 등기부상 이사만을 기준으로 이사회의 성립과 결의요건을 판단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록이 가처분 채권자들을 포함한 6인을 재적이사로 기재하고 그 전원을 기준으로 정족수를 산정하고 있다면, 등기관으로서는 등기기록과 다른 이사 구성을 전제로 한 결의로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실무상으로는 가처분 채권자들을 이사로 표시한 의사록을 첨부하는 것 자체가 각하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Ⅴ. 실무상 시사점
첫째, 지위보전가처분만으로는 등기 실무에서 이사 지위를 관철할 수 없다. 상대방 이사의 권한 행사를 저지하려면 등기사항인 직무집행정지·직무대행자선임 가처분을 함께 신청하여 이를 등기부에 공시하는 것이 실효적이다. 둘째, 최종적으로는 본안판결을 확정받아 그에 따른 이사 변경등기를 거친 뒤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정도이다. 셋째, 분쟁 중에는 양립할 수 없는 신청 사이에서 접수 순서가 결론을 좌우할 수 있으므로, 등기신청의 시점과 첨부정보의 완비 여부를 미리 점검하여야 한다.
Ⅵ. 결론
지위보전가처분을 받은 이사들을 포함하여 개최한 이사회의 의사록과 그 가처분 결정문을 첨부하여 대표이사 해임 및 선임의 등기를 신청하더라도, 등기관은 이를 수리할 수 없고 상업등기법 제26조 제9호에 따라 각하하여야 한다. 그 근거는
① 지위보전가처분은 등기사항이 아니라는 점,
② 등기관은 등기부와 신청서 및 법정 첨부서류만으로 심사하는 형식적 심사권을 가질 뿐이라는 점,
③ 등기부상 이사 수와 의사록상 이사 수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경영권 분쟁에서 보전처분을 선택할 때에는 그것이 등기에 어떻게 반영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참고자료
· 상업등기선례 제2-88호(2006. 6. 13. 공탁상업등기과-547 질의회답)
· 대법원 1995. 1. 20.자 94마535 결정
· 대법원 2008. 12. 15.자 2007마1154 결정[등기관처분에대한이의]
· 상법 제389조, 제407조 / 민사집행법 제300조 / 상업등기법 제26조 / 상업등기규칙 제128조
[주]
1) 상법 제407조 제1항, 제3항.
2) 민사집행법 제300조 제2항.
3) 상업등기법(법률 제12591호, 2014. 5. 20. 제정, 2014. 11. 21. 시행).
4) 대법원 1995. 1. 20.자 94마535 결정; 대법원 2008. 12. 15.자 2007마1154 결정. 위 2007마1154 결정의 “법”은 구 비송사건절차법을 가리킨다.
5) 상법 제389조 제1항.
6) 상업등기법 제26조 제9호. 다만, 신청의 잘못된 부분이 보정될 수 있는 경우로서 등기관이 보정을 명한 날의 다음 날까지 보정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같은 조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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